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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었더랬다. 분명. 몇 년 전까지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즐거이 여겼고,
호기심이 많아 위험한 일에 몸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린 나인의 볼멘소리까지 경청할 정도의 겸손함을 지닌
준비 된 왕이나 다름없었는데... 그가 변했다. 언제부턴가.
내시들 사이 기피부서 1순위가 되어버린 동궁전, 아니 일명 ‘똥궁전’
의관은 헐렁이요, 행실은 덜렁이요, 학문은 설렁설렁.
세자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다는 주상전하의 불호령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그의 성정을 견뎌내느라 동궁전 내관들은
오늘도 과로와 감봉의 설움을 견디며 고군분투중이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
왕세자라는 왕관의 무게를 버겁게 견뎌오던 그도,
사실 기댈 수 있는 아버지가 필요한 19살의 소년이라는 사실을.
또한 끊임없이 왕과 세자를 견제하는 외척세력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자신과 조선의 미래를 준비해 오던 젊은 군주 라는 사실을.
한편 열아홉 뜨거운 청춘인 영의 가슴이
전혀 계획에도 없었고 재능도 없는 난제에 턱 부딪히게 되니...
그, 삼놈이라는 이름의 내관!
명은을 희롱한 건방진 사기꾼 놈을 응징코자 마음먹고 옆에 두었을 뿐인데,
점점 그의 농담이 영을 웃게 하고
그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괜히 위로가 되어 마음 한 구석을 찌른다.
구박하고, 괴롭히고, 면박을 줘도 지지 않고 씩씩한 녀석이 귀엽고
함께 있을 때면, 세자도 뭣도 아닌 그냥 사람으로, 즐거워진다.
하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운 만큼 고민 역시 깊어진다.
내가, 이영이, 이 나라의 왕세자가, 같은 사내를... 그것도 내시를..!
사랑하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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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연애전문 카운슬러, 조선 유일의 남장여자 내시!
....가 되기까지 라온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 시간이 없었다.
정직하게 살자니, 먹을 것이 없었다.
부모도 없고, 돈도 없고, 당연히 집도 없었다.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을 옛날부터 그녀는 사내로 살아야했다.
상투틀고 바지저고리 입고 그렇게 살다보니
그녀는 홍라온이 아닌 운종가 유명인사 ‘홍삼놈’이 되어있었다.
논어 맹자는 몰라도 연서(戀書) 하나는 기가 막히게 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는 도가 터
어긋난 남녀의 연심에는 라온이 오작교요,
운종가 서책방에서는 그녀가 쓴 연애비법서 <우리가 몰랐던 조선 연애사>
<화성에서 온 사내, 군산에서 온 여인>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그렇게 돈을 벌어 아픈 남사당패 양아버지 꼭두쇠의 비싼 약값과
고리대금을 간신히 갚아내고 있던 어느 날,
연서 대필을 한 것이 문제가 되어, 사태수습을 위해 나간 자리에서
까칠하고 깔끔 떨고 음식 귀한 줄 모르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서생 하나를 만나게 된다.
그 서생의 정체를 꿈에도 모른채 악연으로 엮이게 되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싶을 때 어디론가 끌려가는데..
여기가 어디냐 묻는 그녀에게 구석에서 칼을 갈던 영감이 답한다.
“어디긴 어디야 사내를 고자 만드는 데지!”
내시라니! 고자라니! 난 그게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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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티, 기품, 박식, 여유, 한 마디로 고급지다.
명문가 자제다움의 끝판 왕.
......다만 너무 아쉬울 게 없는 인생이 늘 아쉬웠다.
왕 위의 왕. 조선의 무소불위 권력가 김헌의 하나뿐인 귀한 친손자.
일찍 부모를 여의고 냉정한 할아버지 밑에서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고, 매사 빈틈을 보여선 안 되는 아이로 자라났다.
그래도 열아홉 사내의 호기심은 있는 법,
은밀히 기방을 출입하는 일이 잦았지만, 어떤 기녀에게도 따뜻한 눈길 한번이 없다.
다만, 기생의 벗은 몸을 화선지에 담는 것만 몰두 하고 사라진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
‘온무파탈’ (溫無破奪 - 따뜻함은 없지만 여자의 마음을 깨뜨리고 빼앗는다.)
하지만 그런 윤성을 속절없이 무장해제 시키는 녀석이 나타났다.
여인을 품어보진 않았지만 여인의 몸이라면 눈을 감고도 찾아낼 수 있는
내 앞에서 감히 깜찍하게 사내인 척 농지거리를 하다니.
헌데 이 대책 없는 여인이 남장도 모자라 내시복을 입고 떡하니 입궐해 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에 다가갔고, 그저 궁금하고 재밌다 싶어 지켜봤던 여인.
하지만 어느새 윤성은 내관 행세를 하는 여인, 라온을 사랑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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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이 검은 머리에 얼음장처럼 냉정하고 도도한 성격까지 더해져
뭇사내들에게 ‘백설 낭자’라 불린다.
풍등제가 열리는 날 우연히 거리에서 영을 보게 되고 한 눈에 반한 후,
그가 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안동김씨 가문과 함께 조선 당대 최고 명문가인 풍양조씨 가문의 규수.
시대를 뛰어넘은 신여성이자, 사랑 앞에서 더 당당해지는 그녀.
하지만 세자의 관심이 오로지 라온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열패감과 수치심이 하연을 휘감고
이제 그녀는 스스로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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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전의 별감이자 영의 죽마고우.
영이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 놓는 상대로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영을 지킨다.
몸으로 하는 모든 것에 능하다.
힘세고, 빠르고, 잘 막고, 잘 피한다.
던지는 건 뭐든 백발백중인 명사수에, 검으로는 조선 최고 실력자!
특히 그의 검술은 정확하고 빠른 걸 넘어, 매끈하고 아름답기가
마치 잘 만들어진 검무를 보는 것 같다하여
별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며,
훈훈한 외모에 늘 삿갓을 쓰고 다니는 그를 궁녀들은
갓을 썼을 때 제일 멋있다 하여 ‘갓병연’이라 부른다.
어느 날인가부터 영과 그의 사이에, 불쑥 들어온 아이 라온.
김형 김형 하며 쫓아다니는 녀석이 귀찮기도 했지만
자현당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의형제처럼 가까워진다.
하지만 병연에게도 남모르게 숨겨둔 비밀이 있었으니...
어디서든 누군가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위협받을지 모르는 세자라는 자리,
누구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되는 영이
그 쓸쓸함과 두려움을 내보이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인데..
하여 병연은 늘 영의 가까이에 있어 행복했고, 행복한 만큼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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